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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09만 명 감소, 한국은 더 빠르다 — 5,933명 마이크로데이터로 뜯어본 출산율 0.99의 실체

brcore 2026. 6. 3. 19:55

엊그제 일본 총무성이 2025년 인구 센서스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5년 만에 309만 명 감소. 1920년 센서스를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이고요, 5년간 300만 명 이상이 줄어든 건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입니다.


출처: 일본 총무성, 2025년 국세조사 인구 잠정 집계(2026.5.29)

전쟁 때는 반등이 있었습니다. 끝나자마자 베이비붐이 오면서 인구가 15.3% 늘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반등 장치가 없습니다. 14세 이하가 11.2%, 65세 이상이 29.4%. 아이를 낳을 세대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가 굳어진 겁니다.


출처: 일본 총무성 국세조사 /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시계열 /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p>

한국은 이 일본보다 상황이 더 빠릅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15명(2024 확정)인데, 한국은 0.8명. 일본의 70% 수준이죠. 한국 인구는 2024년 5,175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5,168만 명으로 감소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올 1월, 합계출산율이 0.99명을 찍었습니다. 19개월 연속 상승. 뉴스에서는 "돌아섰다"고 했는데요, 380조를 쏟아부은 끝에 효과가 나타난 건지 직접 뜯어봤습니다.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출생통계 시계열 / 국가데이터처, 2026년 1월 인구동향(2026.3.25)

이건 반등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94.2%는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OECD 평균 혼외출산이 41.5%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결혼이 곧 출산인 나라이죠.


출처: 통계청, 2024년 출생통계 확정(2025.8.27) / OECD Family Database SF2.4(2020)

출산율이 올랐다는 건, 결혼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2025년 혼인 건수는 24만 건으로 7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고요.

이유를 찾으려고 지금 결혼 적령기에 있는 세대의 크기를 봤습니다.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출생통계 시계열(1991~2005년 출생아 수 누계)

1991~1995년생은 5년간 약 360만 명이 태어난, 마지막으로 두꺼운 세대입니다. 이 세대가 코로나 때 미뤘던 결혼을 2023~2025년에 몰아서 하고 있는 거죠.

다음 세대를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2001~2005년생은 약 250만 명으로 31%가 줄었고요, 혼인 증가율도 이미 꺾이고 있습니다. 2024년 14.8%에서 2025년 8.1%로, 1년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일본이 2010년 인구 정점 이후 15년 만에 500만 명을 잃었는데, 한국은 출산율이 일본의 3분의 2 수준이니까 그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b>반등이 아니라 바운스입니다.바닥에 부딪혀 잠깐 튀어오른 겁니다.


결혼해도 한 명에서 멈춥니다

결혼이 늘면 출산도 늘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2015년 이후로는 아닙니다. 결혼한 부부도 아이를 덜 낳기 시작했거든요.

이철희(서울대)의 출생아 수 요인 분해 연구에서 확인된 건데요, 지난 30년간 출생아 감소의 85%는 혼인 감소로 설명되지만 나머지 15%는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 자체가 떨어진 데서 옵니다.
출처: 이철희, 「1992~2021년 한국 출생아 수 변화 요인 분해」, 한국인구학<

2025년 기준 첫째아가 전체 출생의 62.4%를 차지하고, 초산 연령이 전국 33.2세(2025년 잠정), 서울은 34.03세(2023년 확정)를 넘었습니다. 낳아도 한 명, 그것도 아주 늦게. 둘째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이죠.
출처: 국가데이터처, 202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2026.2) / 통계청, 2023년 출생통계 확정

380조가 놓친 질문

정부는 20년간 "어떻게 하면 더 낳게 할까"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에서 미혼 남녀에게 직접 물었더니, 결혼을 안 하는 이유 1위가 "결혼자금 부족"(31.3%)이었고요, 가장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 1위는 "주거지원"(33.4%)이었습니다.
출처: 국가데이터처, 2024년 사회조사(2024.11.12 발표)

정부는 아이 낳으면 돈을 주겠다고 하고 있는데, 청년들은 아이 낳기 전에 살 집을 달라고 하고 있는 거죠.


출처: OECD Family Database PF1.1(2021 기준) / INSEE·Statistics Sweden·Statistics Finland 2024 출생통계

"돈을 더 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는데요, GDP 대비 가족지출 3% 이상 쓰는 나라들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2024년 출산율 1.62명으로 1차대전 이후 최저, 스웨덴 1.43명 역대 최저, 핀란드 1.25명 통계 역사상 최저입니다.

그래서 직접 분석해봤습니다. 설문 한 줄짜리 답이 아니라, 여러 태도 변수가 동시에 출산 결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요.

마이크로데이터를 직접 분석해봤습니다

2023년 가족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 24,488건을 MDIS에서 받아서 20~39세 5,933명을 추출했습니다. 구조방정식모형(SEM)으로 돌렸는데요, 쉽게 말하면 "성역할에 대한 생각"이 "양육 부담 인식"에 영향을 주고, 그게 다시 "출산 의향"에 영향을 주는 연쇄 경로를 한꺼번에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출처: 2023 가족실태조사(승인번호 제154001호) 마이크로데이터, BRCORE 자체 SEM 분석

가장 센 건 이미 있는 아이였습니다

출산 의향을 가장 강하게 끌어내리는 건 기존 자녀 수(β=-0.533)였습니다. 모든 변수 중 압도적 1위이죠. 첫째를 낳은 부모가 둘째를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변수를 통제했더니 재미있는 반전이 나왔는데요, 기혼자의 출산 의향이 올라갔습니다. 기혼자가 낮아 보였던 건 "결혼이 출산을 억제해서"가 아니라 "이미 낳았기 때문"이었던 거죠. 결혼은 여전히 출산의 관문입니다. 앞서 확인한 94.2%의 구조와 정확히 일치하고요.

경제적 계층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 이 변수의 출산 의향 효과가 β=0.031이었습니다. 거의 0이죠.


출처: 2023 가족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 BRCORE 자체 SEM 성별 다집단 분석(남 2,784명 / 여 3,149명)

남녀를 나눠봤더니 더 확실해졌습니다. 남성은 "경제적으로 괜찮다"고 느끼면 출산 의향이 약간 올라가는데(β=0.044, 유의), 여성에게는 같은 변수가 통계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β=0.020, 비유의).

결혼 장벽은 경제적이지만, 결혼한 뒤의 출산 결정은 경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거죠. 한국이 380조를 쓰고도 출산율 0.8인 상황에서, 일본은 그보다 높은 1.15인데도 309만이 줄었습니다. 같은 경로 위에 있는 거죠.

가치관은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결혼 안 해도 괜찮다", "아이 없이 결혼해도 괜찮다"에 동의할수록 출산 의향이 낮아졌습니다(β=-0.153). 소득이나 직업과 무관하게 가치관 자체가 출산을 억제하는 독립 경로가 확인된 겁니다.

여성에서 이 효과가 34% 더 강했는데요(남성 β=-0.131, 여성 β=-0.176), 아이를 낳으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가치관에 녹아 있는 거거든요.

성역할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전통적 성역할 인식이 강할수록 출산 의향이 낮아지는 건 예상 가능한 결과였습니다(β=-0.071). 그런데 취업자만 따로 뽑아서 일·가정 갈등 변수를 모형에 넣었더니, 성역할 인식의 효과가 사라졌습니다(β=-0.028, 비유의). 대신 일·가정 갈등이 β=-0.071로 등장했고요.

성역할 인식 자체가 출산을 막는 게 아니라, 그 인식이 만들어내는 현실적 갈등 — 직장 일 때문에 가족과의 약속을 못 지키고, 개인생활 시간이 부족한 그 경험 — 이 실제 메커니즘이었던 겁니다. 인식 캠페인이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하는 이유이죠.

같은 나이인데 방향이 반대입니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출산 의향이 미세하게 올라갑니다(β=+0.007). 여성은 떨어지고요(β=-0.016). 방향이 반대입니다

30대 후반 남성은 "이제 슬슬"이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나이 여성은 "이제 늦었다"고 판단하는 거죠. 초산 연령이 33~34세인 나라에서 이 비대칭은 구조적입니다.

"힘든 줄 알지만 그래도"라는 집단

직관에 반하는 결과가 하나 나왔는데요, "자녀를 키우는 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에 동의할수록 출산 의향이 오히려 높았습니다(β=+0.090). 기존 자녀 수를 통제한 뒤에도 유지됐고요.

차승은(2008)의 연구에서도 같은 패턴이 보고됐는데요,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서 나타나는 "부모역할 합리화"입니다. 이 집단에게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면, 의향이 행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출처: 차승은(2008), 「부모역할의 보상/비용과 둘째 자녀 출산계획」, 사회복지정책 33: 111-134

구조가 말하는 것

일본은 지금 전쟁에 맞먹는 속도로 인구를 잃고 있는데, 전쟁과 달리 반등 장치가 없습니다. 한국은 그 일본보다 출산율이 30% 더 낮습니다.

밖에서 봤습니다. 결혼이 출산의 관문이고, 경제적 장벽이 결혼을 막고 있고, 결혼해도 둘째로 이어지지 않고, 복지 지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안에서 봤습니다. 5,933명의 태도를 분해해봤더니, 경제적 계층보다 가치관이, 가치관보다 일·가정 갈등이, 그 모든 것보다 성별 자체가 출산 의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출산율의 열쇠는 출산에 있지 않았습니다.
여성이 "일하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
그 갈등이 줄어들지 않는 한 380조도, 0.99명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 글의 전반부는 일본 총무성 2025 국세조사 + 한국 공공통계 분석, 후반부는 2023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한국여성정책연구원, 승인번호 제154001호) 마이크로데이터 5,933명에 대한 구조방정식모형(SEM) 분석입니다.

<전체 출처>
1. 일본 총무성, 2025년 국세조사 인구 잠정 집계(2026.5.29)
2. 국가데이터처, 2026년 1월 인구동향(2026.3.25)
3. 통계청, 2024년 출생통계 확정(2025.8.27)
4.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2024.11.12)
5. 국회예산정책처, 저출산 재정투입 추계(2024)
6. 이철희, 「1992~2021년 한국 출생아 수 변화 요인 분해」, 한국인구학
7. 국가데이터처, 2025년 혼인·이혼 통계(2026.3.19)
8. 2023 가족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MDIS), 여성가족부·한국여성정책연구원(승인번호 제154001호)
9. OECD Family Database SF2.4(2020)·PF1.1(2021)
10. INSEE 2024 / Statistics Sweden 2024 / Statistics Finland 2024
11. 차승은(2008), 「부모역할의 보상/비용과 둘째 자녀 출산계획」, 사회복지정책 33